16조원 투자 뒤 임상 3상 제동…노바티스 충격이 알테오젠에 미친 영향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거액을 들여 확보한 희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3상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노바티스 주가뿐 아니라 비슷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해외 바이오기업과 국내 알테오젠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시장에서는 약물 하나의 임상 결과보다 노바티스가 추진해 온 대규모 인수 전략과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의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델-데시란 임상 3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노바티스는 2026년 9월 8일, 제1형 근긴장성 이영양증(DM1) 치료제로 개발 중인 ‘델-데시란(del-desiran)’의 임상 3상 HARBOR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HARBOR는 약 1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54주 동안 진행된 글로벌 임상시험입니다. 연구진은 환자가 주먹을 쥐었다가 손을 완전히 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영상으로 측정하는 ‘vHOT’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델-데시란 투여군은 이 지표에서 위약군보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약물이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임상시험에서 미리 정한 가장 중요한 성공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노바티스는 일부 2차 평가변수와 탐색적 분석에서는 임상적 활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관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전성 역시 이전에 보고된 범위와 대체로 일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전체 자료를 추가로 분석한 후 규제기관과 협의해 개발 방향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델-데시란의 개발이 완전히 종료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노바티스 공식 발표
시장이 더 크게 반응한 이유
델-데시란은 노바티스가 미국 바이오기업 아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12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확보한 핵심 후보물질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6조원에 이르는 대형 거래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결과는 단순한 임상시험 한 건의 부진을 넘어 노바티스의 인수 판단과 연구개발 전략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발표 직후 노바티스 주가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고, 하루 동안 약 300억 달러에 가까운 시가총액이 감소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120억 달러 전액이 델-데시란 하나에만 투입된 것은 아닙니다. 아비디티 인수를 통해 확보한 다른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후보물질도 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델-데시란의 임상 부진을 곧바로 “16조원 전체 손실”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알테오젠까지 함께 거론된 까닭
국내 투자자의 관심은 노바티스와 피하주사 제형 전환 기술 계약을 맺은 알테오젠으로 향했습니다.
알테오젠은 자체 플랫폼 ‘ALT-B4’를 활용해 정맥주사 방식의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바티스와 체결한 계약의 잠재 규모는 최대 32억2300만 달러, 약 4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에서는 델-데시란이 일정한 간격으로 정맥 투여되는 약물이라는 점을 근거로 피하주사 전환 가능성이 있는 후보 중 하나로 추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임상 3상의 핵심 지표가 충족되지 않으면서 해당 후보의 개발 전망이 불투명해졌고, 증권사 평가에도 일부 조정이 발생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델-데시란의 가치를 제외하며 알테오젠 목표주가를 54만원에서 52만원으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과 때문에 기존 계약금이 반환되거나 노바티스와의 계약 자체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알테오젠 주가는 9일 장 초반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해 전 거래일보다 0.9% 오른 27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장이 초기에는 임상 실패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계약 전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델-데시란의 전체 임상 데이터입니다. 핵심 지표는 충족하지 못했지만 2차 지표에서 나타난 신호가 향후 개발을 이어갈 만큼 의미가 있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합니다.
둘째, 노바티스가 아비디티 인수를 통해 확보한 다른 AOC 후보물질의 진행 상황입니다. 하나의 임상 결과만으로 전체 인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셋째, 알테오젠과 체결한 계약의 실제 적용 품목입니다. 구체적인 대상 의약품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델-데시란이 확정적으로 포함돼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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